안녕하세요
JLPT N1 시험 재수 끝에 합격하고 기쁜마음으로 수강후기를 씁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일본어 자격증을 따려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적어도 송규원 선생님의 수업이 일본어를 통해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자 한 제 목적에는 200% 충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게 있어 JLPT 자격증은, 제가 사랑하는 일본문화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주어진 "보너스"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연인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그의 소설을 그가 썼던 원래의 언어로 읽고 싶고,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팬이라면 일일이 자막이 달려있지 않은 그가 출연한 예능이나 인터뷰를 알아듣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니까요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외국어든 N1 수준(고급)을 공부하게 되는 시점부터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설렘이 사라진 자리에 지난한 암기의 과정만 남게되어 공부를 끌고나가기가 힘들더군요. "하지메마시테", "오하이요" 배울때는 정말 재미있다가도 수많은 한자와 이해할 수 없는 예외규칙들과 마주하는 시점이 오잖아요^^;;
저 역시도 외국어고 일본어과에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점점 수준이 올라가면서부터는 소홀해지는 것이 사실이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4년 만에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시험을 봤을 때 95점으로 탈락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지요. 그래서 두 번째로 보는 JLPT에서는 학원의 힘을 좀 빌려야겠다 싶어 시험 두 달 전에 부랴부랴 신청해 송규원 선생님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은 크게 2가지, 언어지식 그리고 독해청해입니다. 당연히 두 가지 수업을 함께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시험준비를 병행하느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아마 저 같은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일주일에 5시간 남짓 되는 수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선생님이 하라고 한 것을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에이 저런거는 굳이 해야하나?” 싶은 것까지 일단은 다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JLPT 시험에 있어서는 10년 넘게 강의해오신 선생님의 내공이 무조건 옳다는 걸 믿었으니까요. 정규수업 시간과 이따금씩 내주시는 숙제 이외에 뭐가 또 있나 싶으시겠지만 오히려 선생님의 ‘숨은’ 노력이 담겨있는 그 이외의 것들이 JLPT 공부에서는 마법을 부립니다.
먼저 ‘프린트물’입니다. 독학할 때 시중의 JLPT N1참고서를 여러 권 사서 그 책들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동사, 명사, 문법표현들을 닥치는대로 외우게 되는데,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만 시험합격만을 위해서라면 벅찬게 사실입니다. 범위를 제대로 모르기 떄문에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동사와 명사, 문법표현들이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는 프린트물이 정말 큰 의지가 되었습니다. 일본어라는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 쾌적한 수영장으로 오게 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정말 그 프린트에 있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다 외우자는 마음으로 종이가 해질 때까지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봤습니다.
그리고 이 프린트물의 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프린트물이 강의시간의 훌륭한 교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프린트물과 카카오그룹에 올라오는 ‘자체제작 동영상’과의 시너지가 정말 큽니다. 자체제작 동영상은 사실, 일일이 시청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몇 편을 연달아 볼 수 있을만큼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만이라도 프린트를 옆에 두고 차분하게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조금씩의 변화를 갖고 반복되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남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하나의 한자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처음엔 뜻과 요미가나 없이 한자어만 제시됩니다. 그렇게 몇 초간 지속되다가 그 다음 화면에서는 요미카타가 추가되어 또 한번,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뜻도 함께 제시되는 식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동영상과 프린트를 번갈아보면서 하나의 단어를 체화(體化)하게 되는 것이죠. 강의에서 배운 효과적인 방법론을 반복 실천하는 건 결국 자기 몫이니까요.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이윽고 슬픈 외국어>라는 책에서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그럼에도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영문 소설 번역가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를 지탱해준 것은 흥미 있는 일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고 싶지 않은 것, 흥미가 없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는다(못한다)’는 것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제멋대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하고 싶은 일, 흥미 있는 일은 어떠한 어려움을 감수하고자 내 페이스를 지키며 끈기 있게 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이윽고 슬픈 외국어> 中
제 후기를 읽는 모든 분들이 즐겁게 일본어를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간바떼!!